멍하니 종로에서...
2013. 9. 15. 16:21ㆍ세상이야기
발걸음 드문 초저녁
종로 뒷골목
폐업 중인 어느 식당 계단 앞.
초로의 한 노숙인
차갑게 굳은 호떡을 움켜 잡고
때 묻은 입 연신 질겅인다.
분명
한때는 젊디젊었을,
그 붉디붉은 생이빨
어느 거리에선가
하나둘... 잃어버린 채.
골목 끝 저만큼
길게 늘어진 전선줄마냥
무거운 질겅거림.
.....
나는
제발! 그 무엇이라도
저토록 적실하게
씹어본 적 있던가?
딱지 떨어져
붉은 속내 들켜버린
쪽팔림 이내 찔러 넣고
검은 이 골목 모퉁이 끝
저 전봇대를 향해
부랴부랴...
빠져나온 종로거리
YMCA 앞
어둠이 채 내리기전
초저녁 하늘의 어스름은
엷게 벗은 여인의 몸.
하나둘 켜지는 거리의 불빛은
젖어가는 여인의 눈빛...
정류장.
버스를 기다리며
반쯤 돌아 서있는
젊은 여자의
하얀 블라우스 속
숨죽인 가슴만
한동안 멍하니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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